겨울 여행은 준비할 것이 많죠. 짐도 무거워지고, 발걸음도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다설지인 울릉도로 떠나면서 이렇게 짐이 적긴 처음이네요.
스패츠와 아이젠 방한복과 속옷 몇 벌이 전부네요.
도망가다시피 떠난 여행이라 일거리까지 챙겨가야만 했습니다.

겨울철에는 묵호에서 배가 뜨지 않기 때분에 포항으로 가야 합니다.
보통은 썬플라워나 씨플라워호 같은 큰 배(정원 960명)가 운항을 하지만 수리 관계로 포항에서 460명 정원의 한겨레호가 운항을 하더군요. 떠나기 며칠 전 높은 파도로 회항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 터인데다가 떠나는 날도 높은 파도로 걱정을 했습니다만 회항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배가 작은 관계로 높은 너울성 파도를 넘을 때면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 듭니다. 여기 저기서 토하고, 탈수로 급기야 실신까지 하는 분도 계시네요. 아이들은 익숙치 않은 배멀미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제 옆에 앉은 분들은 다행히 울릉도 주민이 분들이었습니다. 전 멀미 같은거 하지 않는 체질이라 가져간 노트북으로 영화 한 편 보며 느긋하게 즐겼습니다. 4시간 동안의 운항 끝에 도착한 울릉도는 정말 하얗게 변해 있었습니다. 원래 눈이 많이 오는 곳이고, 1주일 내내 내린 눈으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더군요. 다행히 날씨가 포근해서 금방 녹았고, 제가 갈 때는 눈이 거의 잦아든 상황......

버스를 타고 1시간 조금 넘었을까.....
목적지(추산 수력발전소)에 도착하니 형님과 형수님께서 마중나오셨습니다. 며칠 동안 계속 내린 눈으로 옴짝달싹 못하다가 그날 처음 밖으로 나오셨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울릉도에 머무는 동안 하늘에선 이것 저것 무지하게 쏟아 붓네요. 처음엔 눈, 우박, 진눈깨비에 비까지....

나무 땔감이 떨어져서 나무하고 도끼로 장작패고....
한 마디로 머슴살이.... ㅋㅋ

낯에는 산쵸와 산티(강쥐 이름)를 데리고 산책도 하고, 저녁은 술과 안주로 대신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겨울이지만 포근하고, 따뜻하게 지내다 온 느낌입니다.
4일을 그렇게 쉬며 편안히 지내게 되었네요.

5일째 되던 날 바다가 조금 잠잠해 지는 듯 하여 부랴부랴 떠날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시간에 쫓겨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창 밖으로 손만 흔들어 보였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떠나는 발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습니다.
떠나는 그 순간부터 느껴지는 아쉬움과 그리움.... 그것 때문에 또 다시 이 곳을 찾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항구에 도착하여 표를 끊고 승선을 하기 위해 줄을 서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네요.
아마 자주 있는 배편이 아니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수기도 아니고, 자리는 충분하니 예약을 하지 않아도 탈 수는 있습니다. 다행히 썬플라워호가 운항을 시작해서 조금 편하게 올 수 있었네요.


겨울 울릉도 여행 Tip......................
1. 여행 전 예약을 하고, 반드시 운항 여부를 확인할 것(포항 여객터미널이나 대아 고속).
2. 파도가 2m를 넘으면 운항하지 않습니다. 053-131(울릉도 독도 날씨->8번)로 ARS 문의를 하면 당일 포함 3일간의 해상 파고와 기후 등을 알려줍니다.
3. 묵호항은 겨울철에 운항하지 않으니 포항으로 가세요~
4. 울릉도는 다설지이니 겨울장비를 꼭 챙겨가시길.... 바람이 세서 보슬보슬 떨어지는 함박눈 같은 건 기대하지 않으시는게 좋을 듯....
5. 해상 기후에 따라 운항 여부를 결정하니 며칠 여유를 갖고 가셔야 합니다. 일정을 빡빡하게 잡으면 낭패보기 쉽상~~~
6. 포항 여객 터미널 주차장은 하루에 5천원을 받습니다. 주차시킬 경우 바로 옆 해양수산청 건물이 있는 도로 옆 등의 안전한 공간을 이용하면 주차료를 아낄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