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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사는 ㄱ씨는 최근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가 낭패를 봤다. 후진 주차를 하던 대리기사가 실수로 길가의 블록에 자동차 휠(바퀴의 금속 덮개)과 뒷범퍼를 긁힌 것이다. 사고를 낸 대리기사는 자동차보험에 가입돼 있어 ㄱ씨는 안심하고 인근 정비센터에 차를 맡겼다. 그러나 수리가 끝난 뒤 센터 직원은 "대리기사가 현금 30만원을 입금하지 않아 차를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리기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ㄱ씨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자신이 부담금을 내고 차를 찾아왔다.

ㄴ씨는 대리기사가 사고를 낸 사이드 미러 파손 차량을 정비업체에 맡기려다 거부당했다. 업체 직원은 "대리운전 사고 차량은 자칫 수리비를 받기 어려워 소비자와 분쟁만 난다"며 다른 업체를 찾아가라고 말했다.

음주운전을 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대리운전은 업체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대리기사가 자기부담금(면책금) 수십만원을 내지 않으면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7일 "대리운전기사들이 주차 과정 등에서 가벼운 차량 파손사고를 내는 일이 잦지만 보험 적용이 까다로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대리운전업체(콜센터)의 보험 가입 광고와 '○○보험 가입한 아무개(번호) 대리기사 배정'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고 쉽게 보험처리를 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대리기사가 가입하는 보험은 일종의 '자차 보험'처럼 운영된다. 사고를 내면 대리기사가 자신의 차를 파손한 것으로 간주돼 자기부담금을 내야 한다. 예컨대 수리비가 50만원이 나오면 대리기사가 부담금 30만원가량을 정비업체에 입금해야 보험 적용이 시작된다. 대리기사가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차주에게 돌아간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최소 20만원에서 통상 30만~40만원가량인 자기부담금은 하루벌이에 의존하는 대리운전기사에겐 부담스러운 돈"이라고 하소연한다. 수리비용을 책임져야 할 보험사는 "자차 보험의 자기부담금을 보험사가 낼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당국은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리운전기사들이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보니 자기부담금을 회피하려는 사례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히 미묘한 문제여서 실태를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