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더운 하루를 보내고...야근모드로 진입하는 중에...

저녁으로 삼계탕을 때리고...

해야할 일들 가운데 가장 귀찮은 것....이발...지붕털이...이것을 해치우기 위해 단골 미장원으로 향했습니다.

해넘어가는 시각의 공기...하루를 불태우고 난 열기가 마지막 몸부림을 치며 바짓단을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무겁고 지친 걸음으로 미장원앞에 도착했는데...

"금일 휴업"

빌어먹을...간만에 내린 이발의 결단을 이토록 허무하게 만드려는 구나!!

발을 돌리려는 찰나...지하 이발소는 영업중이라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삼색기둥이 소리없이 잡아 당깁니다...

가자....깎자...미장원이면 어떻고 이발소면 무엇이 다르리~

모범업소라고 큼지막하게 써진 샷시문을 밀고 들어서자마자

텅빈 이발소를 배경으로 문 코앞에서 응삼씨 헤어스탈의 이발사와 마주친...

짧고 시원하고 멋지게 ~!  간결한 주문을 마치고 자세를 잡았습니다.

네모 반듯하게 각진 의자하며, 무릎팍 앞에 가지런히 개어 있는 수건....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귓결과 뒷목에 닿는 면도날의 사각거림

이발사 아저씨의 작업이 끝나고, 아주머니의 면도차례가 되었나 봅니다...

아주머니의 나긋한 목소리..."안면도 하실꺼죠?"

"아...네"...무슨 뜻인지도 모른채 그저 잠시 머뭇거릴 틈도 없이 답이 나갔고...

그때...이발소 의자가 90도 더 누워....완전 침대모양으로 변신할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굴에 면도크림이 발라지고 면도날이 지나가고,

딸기냄새 진한 우유팩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얼굴 전체에 발라지고 무언가가 얼굴을 덮고, 그위에 다시 수건이 덮어지고...

설마....다리를 주물러 주는거 아닌가;;; 아 이거 카메라고발 같은데서 본 장면 같기도 하고;;

그러나 그런 일은 끝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상을 한 게 우습게 ㅋㅋ

그렇게 고요한 상태에서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 얼굴에 덮어진 것들이 걷어지고...

코속에 무엇인가 들어와서 사각거리고 나가고...

얼굴에 남은 잔털을 제거하는 듯 다시한번 면도날이 지나가고...

우어....상당한 공을 들여서 시공이 마무리로 접어듭니다...

낮은 세면대로 이끌어 방수코팅지로 온몸을 감싸주는 듯 하더니, 어색한 자세를 취한채 머리를 감아야 했고

대략 삼십년만에 내 얼굴을 누군가가 씻어주는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보통 미장원은 뒤로 누운채 머리를 감기지만, 이곳 이발소는 의자에 정자세로 앉은채 앞으로 수구린 자세였다능...

다시 자리로 돌아와 건조작업을 이어받은 이발사 아저씨의 거친 손동작에 잠이 다 달아나고...

마무리 다듬질을 끝냈다는 신호를 받고서야

안경을 쓰고 거울을 통해 시공상태를 확인합니다....

뜨아아 응삼스탈의 이발사 아저씨와 비슷하게 되었다! ㅠㅠ

반항을 할 겨를 없이...엄청난 갖가지 시공에 대한 댓가는 얼마나 무시무시할까...

만원입니다...

사라져가는 이발소...임대료에 때문에 지하로 밀려 갔다는데...

생소한 경험에...극진한 서비스에...감동먹었습니다...

좀 지칠때 한번 또 가봐야겠네유....근 한시간동안 귀한 대접 받은 느낌이네요

뭐 느낀 바를 전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는데....글로 잘 못쓰겠다능;;

암튼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지나야 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