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3.6달러(7.4%) 폭락하며 배럴당 45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월물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난방유 재고가예상보다 크게 늘었다는 정부 발표에 힘입어 4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45.4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 가격이 하루 만에 3달러 이상 급락한 것은 2001년 9월 16일 이후 3년여 만이다. 이로써 WTI에 비해 시장상황을 하루 늦게반영하는 두바이유(35.65달러)와의 격차는 10달러까지 좁혀졌다.

이날 유가 급락세에 불을 댕긴 것은 미국의 정제유 재고 급증 소식이다. 지난주 미국의 난방유와 디젤유 등을 포함한 정제유 재고는 시장 예상치인 150만배럴을 훨씬 뛰어넘은 230만배럴이나 증가해 겨울철 수급 우려를 잠재웠다.

블룸버그뉴스는 "유가 47.80달러 선이 붕괴되면서 대기 물량들이 쏟아져 나와하락폭이 더욱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왕자는 "시장에 공포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유가가 곧 30달러 중반대로 떨어질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그러나 유가가 본격적인 하락 추세로 전환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겨울철 날씨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필 플린 알라론 트레이딩 수석 애널리스트는 "겨울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다거나 OPEC가 달러 약세와 공급 과잉을 우려해 감산을 단행한다면 유가는 다시배럴당 50달러 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날씨 악화는 원유재고 감소로 이어져 수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원유재고도 최근 10주 동안 8.9% 증가했지만 여전히 5년 만의 최저치에 머물고있다.

연일 급락하는 달러값을 빌미로 OPEC가 감산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OPEC는 오는 10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정례회의를 통해 감산 여부를 결정한다.

<이향휘 기자>
매일경제   200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