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님! 기생충 검출 업체 대표가 올립니다"

[노컷뉴스   2005-11-16 09:40:26]  
김치파동 이후 문닫을 수밖에 없었던 제조업체 사장의 사연


수년간 땀흘려 일궈온 김치제조업체 사장이 김치파동으로 거래처가 완전히 끊겨 문을 닫게된
막막한 심정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편지로 전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제주시 무궁무진식품의 현대일씨.

현씨는 4년여 동안 순수 우리농산물만을 고집하며 어려운 여건을 견뎌온 억척이.
하지만 식약청 발표 이후 기생충알 김치 제조 업체로 낙인찍혀 지금은 김치생산을 포기한 상태다.
"노대통령님! 회의와 허탈감만 가득합니다"
하루하루 억울한 심정에 뜬눈으로 지새온 현씨는 한방에서 잠자는 7살 아들과 5살 딸의 얼굴을 보고
용기를 냈다며 지난 14일 새벽 펜을 잡았다.

  

“무궁무진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모두 16가지입니다”라고 시작한 편지엔 “배추는 강원도·충청도에서
고추는 국내 최고의 고추산지인 안동·영양·의성에서 농민들과 직거래로, 소금은 국내산 천일염 100%,
야채는 새벽시장에서 직접 구입해 왔습니다. 올해 5월과 8월에는 전국의 고추산지를 직접 방문해
최고를 구입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지금껏 비싼 우리농산물을 고집하고
지켜왔는가 하는 회의와 허탈감이 가득합니다”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편지에는 또한 “식약청에선 어떤 재료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는지, 독이되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과다
사용한 것은 아닌지, 방부제를 썼는지에 대해 검사를 했어야 합니다.

"우리농산물로 김치를 만들어온 우리에게 격려와 힘이 되지는 못할망정 이제와서 배추 원산지가 어디
인지나 캐묻고 다니는 농림부에 대해선 한숨만 나올뿐입니다”고 섭섭함을 전했다.

편지에는 끝으로 “저는 TV에서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는 나라’라는 대통령 각하의 말씀을 잊지 않겠습
니다”고 맺었다.
  

====== 진정서 전문 내용 =======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 각하께.

안녕하십니까.저는 제주도에서 무궁무진식품이라는 조그만한 김치제조업체를 운영중인 현대일 입니다.
지난 11월 3일 식약청이 기생충알 김치를 제조하는 업체를 발표하였는데 저 역시 그 16개 업체중 한곳으
로 낙인 찍혀 현재는 공장 문을 닫고 폐업을 하였고 한순간에 실업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지난 식약청의
발표 이후 뜬눈으로 밤을 지세우다 한방에서 같이 잠을 자던 아내와 7살과 5살인 아들·딸의 얼굴을 바라
보다가 용기를 내어 펜을 잡았습니다.

저는 이번 식약청 발표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생충알 검사는 지금껏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등에서도 없었던 항목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모든 농산물에는 충분히 기생충알이 나올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생충란은 흐르는 물에 3 회
이상 씻어도 100% 완전히 씻겼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어렸을적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때 1년에
1번씩 구충약을 먹을 것을 교육받았습니다. 오히려 구충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상황(농약이나 방부제)을
더 심각하게 되짚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생충란에 대한 검사는 지금껏 저희가 의무적으로 실시해오던 자가품질검사에도 있지 않은 항목이었습
니다. 아직 법으로 고시되지도 않은 항목으로 검사를 하고 발표를 하기전에 김치제조에 들어가는 원재료
에 대한 검사가 먼저 이루어졌어야 했고, 어떤 재료에서 기생충란이 검출되었는지 고시하고 각 도,시,군에
있는 위생과등 관련 기관으로 하여금 품질검사를 해서 문제점을 시정해 나갔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김치에 대한 검사를 한다면 우선 중국농산물이 우리농산물로 둔갑하지는 않았는지, 농산물에서 인체에
독이 되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과다사용해서 농약이 잔류하지는 않았는지, 김치의 유통기한을 연장시킬려고
방부제를 넣지는 않았는지, 좋은 색을 내기위해 착색을 하지는 않았는지등 정말로 인체에 해가 되는 내용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그리고 식약청에서 검사 결과를 발표하려면 정확히 배추에서 나온 것인지 파, 부추등 다른 야채에서 나온 것
인지 젓갈류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한 원재료 분석이 먼저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정확히 어느 작물에서 발견이
되었는지도 모르고 대책없이 발표를 했습니다. 참고로 저희 무궁무진식품에서 김치 제조에 들어가는 재료는
총 16가지 입니다.

저희 무궁무진식품에서 소비되는 원재료의 원산지를 말씀드리자면배추는 강원도·충청도, 고추는 국내 최고의
고추산지인 안동·영양·의성등에서 농민들과 직거래 중이었고, 소금은 국내산 천일염 100% , 기타 야채는 신선
도 유지를 위해서 새벽시장에서 직접 구입하였습니다.

정말로 우리나라 농민들이 피땀으로 정성 들여 재배한 100% 순수 국내산 원재료만으로 온갖 심혈을 기울여
김치를 제조하였습니다.이상의 김치 원재료에 대한 원산지사실증명서와 직거래를 한 농민들의 성함과 연락
처등을 검사 샘플을 수거하기 위해 식약청 관계자가 방문하였을때 모두 제출하였습니다.

지금 저는 무기력증에 빠진 것 같습니다. 밤과 낮이 없어졌고 머리는 한순간 멍해지고 내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지금껏 비싸디 비싼 100% 우리농산물만을 고집하고 지켜왔는가 하는 회의와 허탈감이 가득합니다.
올해 5월과 8월에 고추 수매를 위해 전국의 고추산지를 직접 돌며 농가를 방문하던 시간이 생각납니다.
내 두손을 꼭 움켜쥐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던 농민들의 얼굴과 체온이 아직 제 눈에서 제 손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과연 내가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재료, 올바른 재료를 찾아 전국을 헤매고 다니던
그 시간들이 모두 한순간에 쓰레기통에 던져졌습니다. 농민들이 정성껏 재배한 100% 순수 우리농산물
로 김치를 만들어온 저희 무궁무진식품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농민들이 정성스럽게 키운 순수 우리농산물로 김치를 만들어온 우리에게 격려와 힘이 되지는 못할
망정 이제와서 배추의 원산지가 어디인지나 캐묻고 다니는 농림부에 대해서도 그저 한숨만 나올뿐입니다.
그리고 금번에 발표한 10개 업체가 법적 대응을 한다고 했을때 식약청관계자가 “10개 업체와 다른 회사의
김치를 검사해서 기생충란이 나온다고 해도 원료배합의 특성상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것은
이번은 괜찮아도 다시 검사하면 나올수도 있다는 것인데 너무 무책임한 발언이 아니었는가 생각합니다.
그 발표 때문에 저희 가족은 한순간에 생존권을 박탈당했고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공든탑이 일시에 무너
졌습니다.

식약청에서는 이제라도 매번 김치 제조시 마다 기생충란 검사를 받으라는 제조업체를 죽이는 행정규제를
철회하여야 합니다.제주도는 검사 결과가 나올려면 15일에서 20일까지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기
생충란을 검사 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식약청은 또한 이번 발표로 인하여
모든 거래처가 끊긴 사태에 대해서 식약청은 각 거래처에 한줄의 사과라도 해야 하며 철저한 보상이 이루
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농림부는 100% 우리 농산물만을 사용하여 김치를 제조하는 업체에는 품질인증서를 발급하고 수시
로 각 업체의 실행여부를 확인하여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우리 농산물로 만든 김치가 우리의 식탁 위에
올려지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TV에서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는 나라”라는 대통령 각하의 말씀을 잊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5년 11월 14일 새벽 04시 51분에
땀과 정직으로 김치를 제조하는 무궁무진식품 대표 현대일 배상


제민일보 변경혜기자 /노컷뉴스 제휴사